오늘, 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36년간 한 순간도 놓아 본 적이 없는 것들을 놓게 되는 날이다. 교사라는 직업, 공무원이라는 신분, 학교라는 일터. 예년 같으면 오늘은 제일 두근거리는 날이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들 만날 생각에 조금은 설레기도 하면서 쉬어도 쉬는 날이 아닌게 3.1절 휴일이었다. 근데 오늘은 그런 두려움, 부담감이 없는 걸 보니 확실히 이제 내가 더 이상 학교에 있지 않다는 게 실감난다. 이제 진짜 학생도 아니고 교사도 아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을 기념하며 거미줄이 쳐 있고 먼지가 덮여 있는 다락방문을 다시 열어 본다. 역시나 아이디, 비번 잊어 버려 한참을 씨름하다 다시 찾은 다락방. 이제는 수다가 멈추지 않는 곳이 되게 만드리라. 진짜, 꼭, 반드시..

사소하지만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아침마다 반복하는 루틴을 만들어 실천한지 어느새 100일 하고도 60일이 되었네. 제일 먼저 눈을 뜨면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려 등구르기를 20회 정도 한다. 그러면 마지막엔 저절로 앉는 자세가 되는데 그대로 앉아서 할 수 있는 풀기체조를 몇가지 한다. 도리도리, 목돌리기 손바닥 비벼 얼굴 눌러주기 눈동자 굴리기 운동 귀 잡아 당기고 반 접어 주기 어깨 앞뒤로 돌리기 발목 돌리기, 발바닥 비비기. 양 무릎 붙여 힘 주기 그리고 요즘은 몇가지 허리 운동 추가. 여기까지가 몸을 위한 루틴이라면 다음 5분정도는 마음을 위한 시간. 반듯하게 앉아 눈을 감고 "감사합니다" 인사하기. 나를 있게한 이 우주와 이 우주의 만..
요즘은 수업 시간에도, 상담할 때도 마스크는 필수.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는 것이 때로는 보호막을 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표정을 숨길 수 있어서. 억지 미소 지을 필요 없어서. 그러나 조심하자. 이제는 무표정하게 있으면 화난 얼굴이 된다. 저절로 입꼬리가 쳐지고 볼 살도 늘어진다. 거울 보면 내가 봐도 무섭다. 얼굴의 표정 근육도 운동이 필요하다. 얼굴 중간 부분, 볼 근육이 튼튼해야 웃는 얼굴, 젊은 얼굴, 예쁜 얼굴이 된다. 그리고 웃는 표정을 지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단다. 수명도 늘어난다고. 이건 그냥 뇌피셜이 아니고 나름 과학적인 근거가 있지만 생략하고. 간단하게 웃는 얼굴 만드는 꿀팁. "금"을 발음하면 입이 꽉 닫혀버리지만 "은"하면 저절로 웃는 얼굴이 되며..
(소파 앞에 초라하게 앉아 있는 처와 소파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장남, 장녀) 장녀 (처에게 명령조로) 양말, 하이힐! 장남 (처에게 명령조로) 잠바, 머플러! (처는 말이 떨어질 때마다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며 순응한다.) 장녀 용돈, 교과서, 과자! 장남 떡국, 만둣국, 설렁탕! 장녀 영화값, 연극값, 다방값! 장남 교제비, 차비, 동창회비! (장남, 장녀 같이 손을 내밀면서) 장녀 돈! 장남 돈! 장녀 자식에 대한 책임! 장남 자식에 대한 책임! (중략) (달콤한 음악과 더불어 장남과 장녀과 또 무엇을 쳐 먹으면서 거울앞에 가더니 얼굴의 여드름을 짠다. 옆방에서는 여전히 교수와 처가 결사적으로 일을 한다.) (하략) 요즘 배우는 희곡 '원고지'의 일부이다. 몇 년 전, 부모 등골을 빼먹는 고가..
책을 읽다가 꼭 기억해야 할 구절을 발견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에 수록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5권에 나오는 톨텍 인디언의 네 가지 약속. '돈 미겔 루이스'라는 인디언의 후예가 쓴 "네 가지 약속"의 내용을 압축한 것이다. 본디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도록 태어난 개인에게 고통을 주는 집단적 길들이기와 미래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암묵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온 낡은 사회적 약속을 깨고 다음과 같은 새로운 약속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약속이라고 말 할 것까지 없는 어쩌면 많이 들어 온 내용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대로 지키지 못하고 살아 왔다는 점에서 늘 스스로에게 새롭게 약속하고 다짐해야할 삶의 지침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