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훈민정음, 그것이 알고싶다. 1
박하꽃샘
2017. 5. 21. 12:20
소위 인문영재라고 뽑힌 아이들 데리고 훈민정음을 주제로 3시간 수업을 했는데 준비한 것 반도 못했다.
세종이 지었다는 서문 54자, 우리말 번역 108자의 해석조차 간단치 않고 창제 동기도 애민 하나로 단순화하는 건 너무 순진한 접근이다. 결국은 유교이념으로 교화하려는 지배계급의 통치수단의 하나였고 한자음을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한 발음기호를 만들고자 했던 의도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쨌거나 우리말에 맞고 우주의 이치에 맞고(성리학적, 그리고 음운학, 음성학적)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문자를 만들고 보급한 업적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왕이 쓴 글을 백성이 직접 읽을 수 있고 백성이 쓴 글을 왕이 직접 읽을 수 있는 소통의 통로가 마련된 것이다. 사대부들의 특권인 문자의 독점이 무너진 그런 무시무시한 세상을 열어버린 것이다.
훈민정음 반포가 1446년인데 몇년 지나지 않은 1449년에 정승의 무능과 폭정을 비난하는 벽보가 붙었다고 하니 한글 대자보의 역사는 550년도 더 된 뿌리깊은 전통이랄까...